어느 택시기사의 소망

한미연합감… 조회 : 95

       몇일 전 한 택시 기사님을 만났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그 택시 기사님은 계속하여 말씀을 하셨다. 처음 이야기는 어린이 날에 대한 것이었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참 좋은 달이다. 가족의 사랑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 보고 주변도 돌아보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겁이 난단다. 어린이 날이 있고 어버이 날이 있고 아래로 손주들이 바라보고 있고 위로 연로하신 부모님이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말하면 손주들은 큼직한 선물을 기대하고 있고 부모님 또한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으니 부담 천배라는 것이다. 자신은 아들이 하나인데 아들에게서 난 손자 둘이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할아버지를 바라본단다. 그러면서 롯데 카드에서 온 2만원짜리 쿠폰하고 베스킨라벤스 아이스크림이나 사줄 생각이란다. 잘해주는 것에 끝이 없기 때문이란다. 장난감이 얼마나 많은지 너무 과하다고 하시면서 자신의 손자들은 자신보다 외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고 푸념하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손자들에게 더 좋은 것을 사주기 때문이란다. 아마도 외가가 더 잘사는 모양이다. 그러니 돈 많은 쪽으로 정도 기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씁쓸한 모양이다.

 

       그래서 이 택시 기사님은 자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셨단다. 딸이 있어야 하는데 아들 하나만 있어 재미 없으시단다. 아들은 장가가는 순간 잃는 것이고 딸은 시집간 순간 식구 하나를 더 얻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계속 궁시렁 거리신다. 이어서 하시는 말씀은 예상 밖의 말씀이었다. 자식에 대한 소망이 사라지고 자신의 꿈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를 두루 다니며 여행하는 것이란다. 마침 남북이 평화의 기류로 가고 있으니 철도가 연결되면 그 기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블라디보스톡부터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싶단다. 산페티스부르그에서 미술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이어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보실 계획이란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낭만적이지 않기 때문에 꼭 기차를 타고 여행하시기를 원하신단다. 경치를 보며 시간을 즐기고 싶으시단다. 꼭 가보아야 할 도시들을 줄줄 읊으신다. 포루투칼의 리스본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며 그곳은 꼭 가보실 것이란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을 말씀하시면서 아름다운 이탈리아를 상상하신다. 세계 7대 불가사의는 꼭 가보시고 싶으시다며 곧 은퇴하고 이 계획을 실현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말씀하시는 내내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냥 허망한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도시에 대한 철저한 이해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대한 책도 많이 읽으셨다. 각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고 문화를 먼저 공부한 후 그 모습을 체험하고 싶으셔서 지금도 계속 책을 읽으시며 공부하신단다. 특히 본인이 미술사에 관심이 많아 네덜란드 화가들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설명한 하시면서 꼭 그들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신다. 램브란트를 가장 좋아하신다고 하면서 빛의 화가인 그의 작품을 통해 무엇인가를 느낀듯 심오하게 말씀하신다. 재미있게 말씀을 나누면서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이 일이 시작되기 위해 남북이 평화롭게 되어야 하며 남북간에 철도가 잘 연결되어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신다.

 

       나는 택시 안의 짧은 대화를 통해 긴 여운이 마음에 남았다. 꿈을 갖고 사는 사람이 있다. 남북의 평화 문제는 어찌 될지 그 앞길을 모른다. 물론 좋아지기를 바라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평화의 꿈낭이 아닌 그 길을 통해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10년 이내에 열리기를 바라며 삶을 사는 소박한 인생이 있다. 그는 통일 운동가도 아니고 남북문제 전문가도 아니다. 그냥 자녀에게 기대를 거는 대신에 낭만적인 여행 한번 하는 멋진 삶을 꿈꾸는 사람이다. 그분의 소망을 위해서라도 남북이 평화롭게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끊어진 철도가 하루 빨리 연결되었으면 좋겠다.